얼마 전,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있었던 뒷광고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 유명세를 얻고 있던 소위 ‘잘 나가던’ 유튜버들 상당수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때로는 아예 방송을 접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 유튜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 댔죠. 물론 그들의 행동은 자신들의 컨텐츠를 좋아해주고 그들을 사랑해준 팔로워들을 우롱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과 똑같은, 아니 때로는 그들보다 더 악질적인 뒷광고를 일삼으면서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 주체가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1.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연달아 드러나자 다양한 언론사들에서 앞다투어 자극적인 언어들을 섞어가며 유튜버들의 뒷광고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고, 유튜버들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들에게 유튜버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죠. 알고 보면 신문과 tv 등 기타 방송계에서도 유튜버들 못지 않은 뒷광고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2. 방송사들은 얼마나 다른가
지난 주 종영된 싱어게인의 마지막 생방송에서, MC 이승기는 광고가 나갈 때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광고라는 말과 함께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습니다. 맞는 말이죠. 방송사들의 주 수입원은 그들의 방송 전 후,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광고비일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광고들에 짜증을 내는 시청자들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법적 ·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규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시점에 나오는 이런 광고들을 접하는 시청자들은 그것이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로 해당 내용들을 접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와 달리 광고인줄도 모르게, 혹은 지식으로 위장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광고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살짝 돌아가서, 유튜버들의 뒷광고가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해당 내용이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연출을 이용해 시청자들이 광고인지 모르고 시청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죠. 광고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한, 소위 ‘내돈내산’ 제품으로 둔갑해 상품을 홍보한 탓에 결국 이들의 행동은 구독자들과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만약 방송사에서 이와 비슷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면 그들 또한 유튜버들과 비슷한, 아니 방송사들이 갖고 있는 파급력과 공신력을 고려한다면 그들보다 더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3. 방송계에서도 이루어지는 뒷광고
한국의 TV 시청자들에게 PPL은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의 상표가 카메라에 완전히 잡히도록 자세를 잡으며, 음료수를 책상에 놓을 때에도 카메라에 음료수의 라벨지가 담길 수 있도록 위치를 잡곤 하죠. 드라마를 틀어도 재벌 집안들 사이의 상견례가 돈가스집에서 이루어지고 상류층 부모들이 죽집에서 축하파티를 여는 등 우스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지요. 이런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괴리감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는 있어도 크게 문제시되지는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상품을 보여주고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방송들 또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 생활 예능에서는 연예인 A씨가 연예인 B씨의 집에서 우연히 한 식제품을 발견하고, 이 제품이 맛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제품은 방송사에서 광고를 진행하고 있던 PPL 제품이었죠. 같은 방송의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연예인 C씨가 연예인 A씨에게 지인에게 추천받은 식당이라며 한 음식점을 소개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장면 또한 음식점에서 협찬을 받아 간접광고를 진행한 장면이었죠.
이렇듯, 실생활을 가장한 예능의 탈을 쓰고 진행되는 광고들은 마치 연예인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제품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연출해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유튜버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마치 ‘내돈내산’인 것처럼 연출해 제품을 홍보했던 것과 위의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협찬 받은 제품들을 마치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는 제품인 것처럼 방송에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방송 초반에 이 프로그램에는 광고가 포함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곤 합니다. 하지만 광고가 포함되었다고 말만 해주고 어떤 내용이 광고였는지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송사들의 책임회피수단일 뿐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는 그 어떤 효용도 지니지 못합니다.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러운 연출로 인해 광고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도 존재하긴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판단력에 의해 드러나는 것일 뿐, 방송사에서 마치 실제인 것처럼 가장하여 시청자들을 속이고 다양한 제품들을 "뒷광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4. 그리고 또 다른 뒷광고들 - 연계편성
방송계의 뒷광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크릴오일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크릴오일은 크릴 새우로부터 짜내고 정제한 기름을 의미하는데요, 최근 다양한 방송에서 건강식품처럼 홍보되어 엄청난 매출을 올렸지만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조사 결과 부적합 성분이 발견되었습니다.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을 마치 건강식품인 것처럼 광고하여 이익을 취한 것이죠. 그리고 크릴오일이 이렇게 높은 매출을 올린 배경에는 방송계의 숨은 뒷광고인 연계편성이 있었습니다.
연계편성이란 일반적인 방송채널과 홈쇼핑 방송에서 연계된 상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편성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A 채널의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크릴새우가 건강에 좋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을 때, A 채널 바로 위 홈쇼핑 채널 B에서는 크릴새우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A 채널을 보다가 채널을 한 칸 위로 올린 시청자들은 방금 전까지 몸에 좋다고 들은 상품을 보게 되고 이것은 크릴새우라는 상품에 대한 엄청난 광고효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광고는 단순히 뒷광고라는 사실을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척하며 광고성 컨텐츠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지식채널들이 갖는 공신력을 악용하는 악질적인 형태의 뒷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작년에 진행했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의 3개월 동안 지상파와 주요 종편채널들에서 드러난 연계편성 횟수는 무려 423건에 달했습니다.
5. 무엇을 해야 하나
이렇듯 방송사들에서 수많은 뒷광고들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나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계편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과징금을 지불한 방송사는 MBN이 유일한데요, 2015년 MBN은 홈쇼핑 연계편성으로 2억 4000만원의 과징금에 처해진 적이 있습니다. 이 때 MBN이 이런 처벌을 받았던 이유는 광고주가 프로그램의 편성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부자료가 유출되었기 떄문입니다. 명확한 증거가 있었기에 처벌이 가능했던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내부자료가 유출되지 않는 한 방송사들의 뒷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사들을 수사할 권한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20대 국회에서는 연계편성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으나 통과되지 못하였으며, 방통위에서는 협찬의 개념과 고지 의무화 등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습니다. 방송계의 뒷광고는 시청자들을 속이며 방송사와 광고주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위와 같은 법안들을 도입해 이들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연계편성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앞서 MBN의 사례가 보여주듯,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우연히 편성이 겹쳤을 뿐이라고 발뺌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려면 충분한 근거가 갖추어졌을 경우, 방송사와 광고주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방통위의 조사에서 연계편성 프로그램 현황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현실을 단순히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테니까요.
6. 맺으며
시청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뒷광고를 일삼아온 유튜버들은 물론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악질적인 뒷광고를 그들보다 더 오래 지속해온 방송사들은 처벌은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에 뒷광고를 쏟아내고 있죠. 하루빨리 관련제도가 개선되어 이런 행위를 근절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주의 이슈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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