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비호감 정치, 한국만의 문제일까?
② 정치인의 이권으로 물든 지역구, 풀뿌리도 민주주의도 없었다
③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정치판 이야기입니다
④ 새로운 대안, 개방형 비례대표제
지난 글에서는 소선거구제로 인한 정치 양극화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선거제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가 만드는 표의 불비례성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뜨거워졌던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었는데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정당이 얻는 득표수와 국회 의석수 간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고자 제안되었습니다. 국회의 오랜 논의 끝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채택되었으나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국회의 의석수는 여전히 정당의 득표율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거대양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획득했으나, 약 10%와 7%의 득표율을 획득한 소수정당은 그의 반의 반도 안되는 의석수만을 획득했습니다.
그림 1. 국회 의석수와 득표율 차이

표의 불비례성 문제는 첫 번째로 국민 대다수의 표가 사표처리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 정당에 투표했지만, 한 지역구에 한 명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도의 특징에 의해 다른 정당의 인물이 당선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더 심각한 모습을 보입니다. 공익허브의 조사에 의하면 근 10년간 거대 양당의 광역 지방의회 점유율은 80% 이상이었고, 최근에는 거대 양당의 점유율이 96%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를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용도로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선거제도를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데 이용해왔습니다.
범죄자도 당선시키는 공천장, 국회의원 말 안 들으면 낙선
“살인자도 공천받으면 당선되고, 못 받으면 예수도 낙선한다.” 지방의원들이 정당 혹은 국회의원에게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지역의 지역위원장 혹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원하지 않는 지방의원 후보들을 공천에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은 이러한 권력 구조를 이용해 지방의원들을 자신의 지역구 활동, 재선에 동원하고는 합니다. 다음은 최창수(2020)의 논문에서 발췌한 지방의원들의 증언입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지구당 위원장에게 있었는데, 이 때 국회의원인 지구당 위원장이 공심위(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구 민주계 출신 지방의원들을 공천에서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헌 당규에도 없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면서 공천방식을 바꾸면 되느냐고 했더니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중앙당에 문의해서 유권해석을 받아서 제시했는데도 국회의원이 공심위를 구성해서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을 위원으로 앉힌 후 공천과정을 진행해서 결국은 원하는 대로 공천을 하더군요.”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지역별 선거운동원입니다. 총선 때에는 아침에 일찍부터 선거운동원들과 거리에 나가 피켓 들고 인사하고, 낮에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하고... 저녁에는 지역구 내 사람들을 모아 자리를 만들면 국회의원이 와서 잠깐 인사하고 가죠. 선거운동원들 일당, 식사비, 저녁모임 식대 대부분을 지방의원이 부담합니다. 지구당에서 선거비용으로 일부를 주기도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모자라는 비용 더 달라고 하기도 어렵구요.”
출처: 최창수, 2020, 「한국지방정치에서의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 후견주의 시각」, 『한국거버넌스학회보』27권2호, 한국거버넌스학회, pp. 57-81
안 그래도 당선되기 힘든 소선거구제도 하에서 지방의원 후보자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후보자가 많아지고 당선되는 사람이 한 사람뿐인 지역구에서는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정당의 공천이 중요한 지역일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소선거구제를 통해 고착화된 지역주의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은 국회의원이 권력을 사용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됩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현행 지방선거제도(다수의 소선거구 + 한 정당 내 중복 출마가 허용된 중대선거구, 공익허브 연구 참조)는 이러한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소선거구제가 어떻게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지에 대한 예시입니다.
그림 2. 2014년 울산광역시 의회의 득표율과 의석수 점유율 간의 차이

2014년 울산광역시 시의회의 사례는 소선거구제가 어떻게 지역주의를 고착화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2014년 울산광역시 시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55%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회 의석의 95%(지역구 19석 중 19석, 비례 3석 중 2석)를 차지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4%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회 의석의 5%(지역구 19석 중 0석, 비례 3석 중 1석)을 차지했고, 나머지 소수정당은 21%의 정당득표를 얻었지만, 한 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선거제도로 인해 후보들이 정당의 공천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는 어떠한 폐해를 만들었을까요?
지역구 재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
다수의 연구자들은 단순다수대표제(현재 우리나라의 소선거구제와 유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일수록 지역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일수록 넓은 범위에서의 사회 복지 등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쪽지예산, 카톡예산 등의 이름으로 지역구를 위한 선심성 예산이 추가되곤 합니다.
그림 3. 2016~2018년 신규예산 집행률

위의 그림은 KBS와 나라살림연구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국회 신규예산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지만, 국회 심사를 거치며 추가된 신규 사업 예산은 총 241건이었습니다. 액수로는 1조 5,000억 원이 넘습니다. 국가 예산은 편성된 연도에 100%를 다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집행률이 50% 미만인 신규사업들이 58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신규예산의 4분의 1이 예산의 반 이상도 쓰지 못했다는 뜻이며, 액수로는 환원하면 2,012억 원이 됩니다. 또한 집행률 '0%', 즉 예산을 한 푼도 쓰지 못한 사업은 40건이나 됩니다. 이를 모두 합하면 874억원, 3년 간 총 3,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낭비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는 이를 두고 “신규사업을 증액했는데도 집행이 안 됐다는 것은 사업의 효율성이 대단히 낮은 것이고, 실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현실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전시성으로 집어넣은 홍보성 예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효율이 없는 사업을 자신들의 업적 홍보를 위해 편성했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방법은 부족할 따름입니다.
지방의원들은 중앙에서 내려온 결정을 따르기만 하고, 이러한 결정을 감시하고 비판할 반대 정당은 부족한 지역이 다수입니다. 같은 한 식구라는 의식을 공유하는 지방의회를 각종 정보에서 소외된 1~2명의 타당 의원이나 주민들이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매 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이를 개선할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치권은 그래도 선거개혁 의지 없어…
정치권은 선거개혁에 대한 흉내는 냈으나, 이를 실행할 의지는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 정당이 개혁을 흉내 내고, 다른 정당이 이를 반대하는 모습으로 담합하여 선거제 개혁을 무너뜨렸습니다. 지난 2018 지방선거, 2021년 총선 모두 유사했고, 올해에도 선거제를 개혁하자는 약속은 또 완벽히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1편에서 보여드린 합의문에 따라 4~5인 선거구가 증설된 곳도 있지만, 합의문의 내용을 어기고 대구, 부산과 같이 선거구가 쪼개진 지역도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합의안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은 물론입니다. 이와 더불어 정치인들의 이권 챙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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