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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해설(사회)

연금통합, 언젠가는 맞아야 할 매라면

1. 이슈



 지금 한국은 낮은 출생률과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인해 노인인구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의 15.7%에 이르며 이 비율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UN에서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 기준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듯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전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제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연금제도의 개혁을 두고 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6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이후, 연금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모두의 형평성을 위해 마땅히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반대측에선 지금도 공무원연금에 별다른 특혜가 없으며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연금제도 개혁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당면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김종철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왜 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일까요? 우선 한국의 연금제도부터 알아볼까요? 



2 한국의 공적연금제도 



 현재 한국에는 총 4 가지의 공적 연금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국민들이 포함되어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인데요, 이는 말 그대로 국민 모두를 위한 연금입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금이죠.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총 가입자는 22,216,229 명으로, 한국 노동인구의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연보에 따르면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는 총 4,961,143 명이었으며, 이들 중 노령연금에 해당하는 수급자는 4,090,497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국민 연금 수령액은 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A), 수령자 본인의 평균 소득(B), 그리고 20년 이상 가입한 년 수(n)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기본연금액 = 1.2 * (A+B) * (1+0.05n)) 평균소득이 높고 가입년수가 길수록 수령액이 늘어납니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포함시키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통해 분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위의 공식을 사용해 수령액을 계산하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에 비해 높은 금액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을 받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더 많이 수령하지는 못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즉, 연금 지급에서의 빈부격차는 소득에서의 빈부격차보다 줄어들지만 역전되지는 않는 것이죠.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공무원 연금은 군인과 선거에 의해 취임한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들을 가입 대상으로 하며 정책의 변화로 인해 근무기간마다 산정방식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국민연금과 유사한 형태로 개인의 소득과 연급 가입자들의 소득, 그리고 가입한 년수를 이용해 산정하게 됩니다. 2019년 기준 1,195,051 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수급자는 535,922 명입니다. 


 그 외의 공적연금으로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이 있습니다. 사학연금은 사립학교법 제 3조에 규정된 사립학교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2019년 기준 323,697명의 가입자와 83,176명의 수급자가 있습니다. 군인연금의 경우 186,000 명의 가입자와 95,281명의 수급자가 있다고 하네요. 


 이렇듯 근무 유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연금제도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수령금액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경우, 2019년 월평균 수령액에 있어서 공무원연금은 240만원, 국민연금은 37만원으로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아직은 너무나 유리한 공무원 연금 



 앞에서 보았듯이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공무원들이 훨씬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진짜 그럴까요? 6배나 많은 연금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올해 3월에 발행한 한 설명자료(이슈와 논점 1683호)를 보면 공무원연금의 가입자들이 지불하는 기여금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지불하는 기여금보다 크고, 일반적으로 공무원 연금의 가입기간이 더 길며, 공무원의 퇴직수당은 민간의 퇴직금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공무원 연금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즉, 더 많이, 더 오래 냈기 때문에 더 많이 받는다는 거죠. 실제로는 앞의 언론보도가 말한 것처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설명인 것이죠. 이 설명대로라면 공무원연금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선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공무원 연금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공무원들은 국민연금 가입자들보다 더 이른 시기에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강병원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2019년 사이에 공무원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한 인원들 중 34.1%가 40~50대였다고 합니다. 나이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60세가 넘어야 수령이 가능한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이와 같은 특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행동이 가능해진 것은 공무원 연금 수급의 기준에 출생연도뿐 아니라 입직연도와 퇴직연도또한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40대 중반부터 연금을 수령한 공무원들도 소수 존재하는 것을 보면 제도에 맹점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공무원 연금은 기준금액 자체가 많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본인의 소득뿐 아니라 연금 가입자 평균의 소득 또한 반영하여 연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균등급여는 원래 더 가진자와 덜 가진자의 격차를 줄여서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죠. 문제는 공무원들의 평균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소득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균등급여는 원래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위해 도입되었는데, 공무원집단 내에서만 균등급여가 적용된다면 실질적인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소득층끼리 연금을 나눠 먹는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죠. 추가적으로 2015년 개혁 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공무원 연금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동결하겠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021년부터는 공무원 연금이 더욱 오르게 될 것이라 예상해볼 수도 있겠네요. 



4 언젠가는 가야할 통합의 길 



 연금통합은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자료를 참고해보겠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4가지 공적연금중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이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학연금 또한 곧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당 보고서의 전망에 따르면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합친 특수직역연금 적자보전액은 2040년에는 16조 9000억원, 2050년에는 23조 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공무원 연금에서 적자가 나면, 그 돈은 무슨 돈으로 채우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정부에서 채워주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모두가 낸 세금으로 채운다는 말이지요. 결국 모두가 낸 세금으로 안 그래도 많이 받고 있는 공무원들의 연금을 보완해주고 있다는 말인데, 이러한 특혜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하나의 제도로 통합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연금통합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체계가 아주 다른 연금들을 통합하겠다고 나서면 사회적인 반발이 없을 수가 없으니까요.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노후보장은 커녕 사회적인 갈등만 더욱 조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도가 개편된다면 기존 가입자들과 신규 가입자들 사이에, 또 국민연금 가입자들과 공무원연금 가입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니까요. 국민연금 가입자들 입장에선 이미 재정상태가 적자인 공무원연금과 통합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고 공무원연금 가입자들 또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연금통합은 언젠가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이루어 나가야 하는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장기적인 과제인만큼 하루라도 더 빨리 연금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더 늦기 전에 전국민을 위한 안정적인 노후보장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금통합이 장기적인 과제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공무원연금의 수급자들에게는 국민연금수급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혜택들이 존재하니까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서로 다른 재정체계를 갖고있는 만큼 이들의 균등급여 차이를 당장 바로잡기는 어렵겠지만 퇴직 후 재취업할 시에도 상당한 연금액을 수령하거나 60세가 되기도 전에 연금을 미리 수령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적인 맹점들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임에 분명합니다. 



5 맺으며 



 특수직역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어마어마한 적자와 함께 국고의 상당부분을 연금에 쏟아 붓게 될 것입니다.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어질 것이고요. 연금제도 도입의 초창기에야 특정 직군만을 대상으로 한 연금을 도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이 도입된지 30년이 넘어가는 지금, 특수직역연금의 존재에는 명분도 실리도 없이 기득권만 남아있습니다. 연금통합은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어렵다고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언젠가는 맞아야 하는 매라면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덜 아프게 맞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