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익허브입니다. 오늘은 낙태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다양한 관점에서 오래도록 이어져왔는데요, 최근 정부에서 낙태죄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낙태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이번 개정안의 내용과 해당 개정안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선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팩트정리 - 낙태죄에 대하여>
낙태죄 (형법 269조, 270조)는 1953년에 처음 규정된 이후로 계속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해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헌법불합치란 어떠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점까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2020년이 끝나기 전에 낙태죄에 대한 기존 법조항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죠. 이에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낙태죄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지 1년 6개월 만이네요.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기존 형법의 낙태죄 처벌 조항을 유지하되,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여 여성이 낙태죄 처벌을 받지 않는 조건들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신 14주 이전의 임산부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15~24주에 해당하는 임산부들의 경우 강간, 임부의 건강문제, 사회·경제적 요건 등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때 낙태를 허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적인 개정안에 대해 낙태죄 폐지론자들과 존치론자들 모두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각각의 관점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낙태죄 존치론의 입장>
낙태죄 존치론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생명경시 풍조를 불러올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존치론자들이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태아의 생명권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출산 예정일을 하루 앞둔 태아를 없애겠다고 이야기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살인에 준하는 끔찍한 행위라고 판단할 것입니다. 즉, 출산 직전의 태아는 아기와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생명권을 해치지 않고 낙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정란이 태아가 되는 시점을 특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결국, 한 번 생겨난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 태아의 생명권을 해치는 행동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명경시 풍조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낙태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결국 태아를 잠재적인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특히 낙태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면 특정 성별의 아이를 갖기 위해 원치 않는 성별의 아이를 낙태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1925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주기로 아이들의 성비를 비교해보았을 때 단 한번도 여아가 남아보다 많이 태어난 구간이 없었습니다. 낙태죄가 사라지면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낙태죄에 찬성하는 이들이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마지막 이유는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12주 이전에 낙태를 하는 경우가 95.3%에 달했다고 합니다. 즉, 14주 이하를 낙태 허용기간으로 설정한다면 대부분의 낙태가 허용되게 되고, 이는 이번 개정안이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빈도의 낙태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낙태죄 폐지론의 입장>
낙태죄 폐지론을 주장하던 진영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사실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의 중심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있습니다.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여성의 몸에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의 고통 또한 여성들이 온전히 감내해야 하죠. 헌법재판소의 작년 판결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여전히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그대로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놓는다는 점에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 또한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이라는 종에게 성관계는 종족 번식을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갖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피임을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혹은 성폭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임신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하죠. 이렇듯,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은 죄가 아니며,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출산과 양육이라는 짐을 짊어지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따라서,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현행 형법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낙태죄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낙태의 음성화입니다. 낙태를 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고 해서 낙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낙태 시술이 음성화되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면허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시행될 가능성이 존재하죠. 결국 태아의 존속도 산모의 건강도 챙기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낙태라는 행동에 찍혀 있는 죄라는 낙인을 지우고 필요한 사람들이 당당히 낙태시술을 받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마치며>
낙태죄는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일까요? 아니면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보호장치일까요? 이번 개정안은 여성들의 자유를 충분히 지키지 못하는 불완전한 개정안일까요, 아니면 낙태죄를 실질적으로 소멸시키는 과도한 개정안일까요?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슈해설(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국교육의 현실과 문제] -1편 (0) | 2021.06.25 |
|---|---|
| 연금통합, 언젠가는 맞아야 할 매라면 (0) | 2021.04.28 |
|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충분하지 않다 (0) | 2021.04.08 |
| 장애인 이동권-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권리에 대하여 (0) | 2021.03.24 |
|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과밀화의 해결책일까요,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일까요? (0) | 202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