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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착한 콘텐츠가 풀어야 할 숙제 : 지루함 넷플릭스의 흥행 콘텐츠, 종이의 집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다. 원작은 스페인의 동명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이다. 원작 자체가 워낙 유명했고, 작품이 가지는 이미지가 뚜렷했으며, 기존의 범죄물과는 다른 콘셉트를 추구했기 때문에 현지화된다고 했을 때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인 감상부터 먼저 말하자면, 한국판 종이의 집은 뻔하다. 그래서 지루하다. 상황은 급박하지만 시청자는 인물들의 간절함에 몰입하지 못한다. 그들은 어차피 ‘옳은’ 선택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나는 종이의 집이 오징어 게임만큼의 흥행성을 가질 거라 예상했다. 감상만 보자면 둘 다 흐름이 뻔하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종이의 집은 하면 안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반면에 오징어 게임은 하면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한다. 그.. 더보기
[미디어비평] 헌 옷 수거함의 95%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성질급한 여름이 눈치를 보며 슬쩍 나왔다가 사라진 어느 봄 날이었다.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충격적인 전화가 걸려왔다. “딸, 내가 SNS에 올린 사진을 봤는데 말이야.. 너가 아들도 아니고 딸한테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좀.. 옷 좀 사 입어라. 넌 내가 봐도.. 좀 그래.” '..세상에 아부지에게 패션을 지적받다니...' 아버지는 흰색 스포츠 양말에 산악용 샌들을 신는 패션 센스를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인내심도 꽤 깊은 편이었다. 이런 아버지가 참다 참다 결국 한 마디 했다는 건 사태가 꽤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그날 곧바로 강남으로 넘어가 쇼핑을 했다. 4년 만의 계절 옷 쇼핑이었다. 그동안은 30년 전에 부모님이 입으셨던 옷들을 물려 입고 있었다. 그 쇼핑을 한 게 벌써 5월이다. .. 더보기
그래서 ‘버닝썬’은 어떻게 됐다는 건데? 이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아마 뉴스 확인 후 곧바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더라면, 이 글의 시작과 끝은 쌍욕으로만 가득 차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승현이 2심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심에서 3년을 선고받았던 그의 형량은 2심에서 1년 6개월로 반이나 줄어들었다. 이쯤에서 이승현이 누군지 궁금할 것이다. 빅뱅의 승리, 그가 바로 이승현(이하 이 씨)이다. 대법원은 이 씨에게 100만 달러(약 11억 5천여만 원)를 추징해야 한다는 검찰의 상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저 금액도 이 씨에게는 큰돈이 아니다. 그가 운영했던 클럽 ‘버닝썬’은 매주말마다 20억씩 벌어들였다고 하니까. 결국 그는 어떠한 금전적 손실도 없이 1년 6개월 동안 얌전히 감옥에 갇혀 있기만 하면 죗값을 다 치르는 상.. 더보기
어쩌다 사장2 : '굳이'의 미학 도시는 사람을 평면적이고 작게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 사방에서 들리는 소음, 핸드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과의 계속되는 부딪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자극에 인간은 사색할 시간을 빼앗긴다. 도시는 교활하다. 인간은 자신의 인간성이 납작해지고 있다는 걸 쉽게 깨닫지 못한다. 왜냐하면 도시 생활은 그 어느 곳 보다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잘 짜 맞춰진 대중교통은 사람들을 여기저기로 옮겨 놓는다. 좋은 카페, 좋은 식당, 좋은 문화생활을 쉴 새 없이 밀어 넣어 삶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나에게 커피를 내어주는 사람의 손목에 왜 보호대가 끼워져 있는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식당 직원들이 밥은 챙겨 먹고 일하고 있는 건지, 왜 저 할머니는 지하철역 앞에서 핸드폰만 바라보며 서성이고 .. 더보기
먹방 '랜덤 음식 디펜스'가 불편하다 10년 전만 해도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갔고, 사람들은 바삐 살아가지 않으면 패배자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도 유독 이 ‘1인 식사 문화’만은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은 집단생활이 당연하고,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며,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보니 그런 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그것도 경쟁과 효율성 안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제는 남이 혼자서 밥을 먹든 면을 먹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여전히 고깃집은 좀 쳐다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렇게 혼밥이 일상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며 함께 뜬 콘텐츠가 있다.. 더보기
[불평등 돋보기] ④ 새로운 대안, 개방형 비례대표제 ① 비호감 정치, 한국만의 문제일까? ② 정치인의 이권으로 물든 지역구, 풀뿌리도 민주주의도 없었다 ③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정치판 이야기입니다 ④ 새로운 대안,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 우리는 3주 간에 걸쳐 지금의 선거제도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치불신과 지역주의, 불평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소선거구제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공익허브의 ‘선거제 개혁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여태까지 논의되었던 선거제 개혁 방안을 점검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각 방안에 대한 효과와 현실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고, 최종적으로 공익허브는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小)선.. 더보기
[미디어 비평] 진짜 범죄자는 매력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의 영화 관계자들에게 봉준호는 이미 유명인이었다. 배우의 인터뷰 때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으로 언급되거나, 영화 학교의 레퍼런스, 해외 영화 유튜버의 연출 분석 영상 등에서 그의 작품은 심심찮게 등장하곤 하였다. ‘살인의 추억’은 영화학도들에게 교과서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일으켰던 이 영화에게도 약점은 있다.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언급되어오는 이 영화의 약점. 그건 바로 범인을 너무나도 ‘미스터리’한 존재로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는 2019년이 되어서야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는 처제를 성폭행 및 살인 혐의한 혐의.. 더보기
[불평등 돋보기] ③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정치판 이야기입니다 ① 비호감 정치, 한국만의 문제일까? ② 정치인의 이권으로 물든 지역구, 풀뿌리도 민주주의도 없었다 ③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정치판 이야기입니다 ④ 새로운 대안, 개방형 비례대표제 저번주에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선거제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선진국 중 어떠한 나라보다도 특정 집단에 유리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강자와 권력자만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가 왜 강자에게 더 유리하고, 약자에게는 더 불리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약육강식의 정치판, 소수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제도는 강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약자에게는 한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