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가 돌아왔다. 5년 만의 컴백이다.
완전체로는 5년 만이지만, 멤버 8명 모두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왔기에 신기하게도 공백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비롯하여 개인 앨범 활동까지.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 개인 활동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녀시대가 컴백할 거란 기사 하나만으로 SNS는 뜨거웠다. 컴백 날짜에 맞춰 JTBC는 소녀시대의 단독 예능을 선보였다. 자그마치 데뷔 15주년 기념 예능 <소시탐탐>이다.
<소시탐탐>은 소녀시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예능이다. 소녀시대의 역대 타이틀곡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걸로 시작하여 얼마 전 활동을 마친 신곡 <FOREVER 1>의 앨범 준비를 마무리하는 걸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은 시청률보다는 홍보와 화제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인더숲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걸 보면 대중은 ‘아이돌’에게는 관심이 많아도 아이돌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는 시큰둥하다.
방영 내내 시청률은 낮았지만 <소시탐탐>은 시청률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진 예능이었다.
15년째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을 이어 온 소녀시대 8명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생각이 들게 된다.
7년 간의 개인 활동 기간 동안 소녀들은 많이 변했다. <소시탐탐>을 찍는 내내 소녀들은 친구의 낯선 모습에 놀라워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몰랐던 새로운 모습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다들 많은 사회 경험을 했구나.”
8명이서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무심하게 튀어나온 이 말이, 뿔뿔이 흩어진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견디고 버텨왔는지 느껴지게 한다.
사실 나는 소녀시대 노래는 찾아들었지만, 각자 멤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한창 학교에서 친구들이 소녀시대를 좋아할 때 나는 빅뱅을 좋아했기 때문인데,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냥 나도 소녀시대를 좋아할 걸 그랬다. 뭐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소시탐탐>을 통해 본 8명은 정말 하나같이 성격이 다 제각각이었다. 분명 활동하며 많이 싸웠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싸움을 통해 그들은 화해하고 또 성장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여전히 다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여도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소녀시대’의 모습이었으니까.
소녀시대의 이번 신곡 <FOREVER 1>의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후 첫 주의 판매량)은 18만 5천6백 장. 역대 소녀시대 앨범 중 제일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사람들은 마치 소녀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들을 반겼다. 그리고 시간 속에 묻혀 있던 소녀시대의 명곡들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다시 만난 세계, Gee, 소원을 말해봐, The boys, I Got a Boy…
제목만 봐도 킬링 파트가 저절로 흥얼거려질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타이틀곡들과 함께 당시의 추억들도 함께 끌려 나왔다. 고3 때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수능 준비를 버텼다는 사람, Gee의 컬러 스키니진을 입고 수학여행에서 장기자랑을 했다는 사람…
누군가의 팬이 되는 경험은 굉장히 소중하다. 한 사람을 대가 없이 응원하고 사랑하는 경험은 삶의 한 부분에 깊게 각인된다. 시간의 흙먼지에 뒤덮여도 살랑바람이 한 번 훑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기억은 다시 되살아난다.
앞으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감정과 잊었다고 생각했던 추억들은 활기를 찾아 다시 삶 안으로 스며 들어온다.
나는 이것이 개인의 삶 안에서 연예인과 대중문화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 중 하나라 생각한다. 별처럼 빛나는 사람을 사랑하던 그 시절은, 우리 또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그렇기에 좋아하던 연예인의 몰락은 팬에게 있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당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소녀시대는 무너지지 않았다. 15년간 건재했고, 앞으로도 문제없을 거라며 대중에게 선포하고 떠났다. 소녀시대를 좋아했던 과거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 소중한 기억은 계속 아름답게 간직될 거라며 우리를 안심시키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SM의 아이돌이었던 소녀시대는 이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됐다.
영원한 아름다움.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우리, 그 순간은 영원히 우리들 안에서 아름답게 기억될 거라는 확신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아이돌 그룹의 현재가 또 있을까 싶다. 여전히 지금은 소녀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