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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소식좌가 유행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이 글은 곧 성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식사의 여부를 물어보는 말이 인사를 대신하는 것처럼 한국은 식사에 진심인 민족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재미있게 보는 먹방 콘텐츠가 있다. 바로 박소현, 산다라박이 출연하는 ‘밥맛 없는 언니들’이다. 

적게 먹는 걸로 유명한 연예계 대표 ‘소식좌’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먹방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밥주걱을 숟가락으로 쓰는 골리앗의 세계에 티스푼을 들고 호기롭게 입주 신고를 넣은 다윗을 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번에도 다윗은 승리했다. 현재 총 4회까지 업로드됐는데 4회 모두 조회수 백만이 넘었다. 

 

박소현, 산다라박에게 ‘소식좌’라는 별명을 붙여준 건 김숙이다. 채널 ‘김숙티비’에서 비디오스타 마지막 회 촬영 브이로그를 올리며 두 사람의 식사량을 공개한 것이다. 

닭날개 하나, 과자 한 입, 도넛 두 입, 바나나 한 개가 한 끼 식사의 전부인 소식좌들. 아, 한 끼에 저만큼을 먹는다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음식이 그들의 한 끼라는 뜻이다. 한 방송인이 박소현에게 농담으로 뷔페 대신 마트 시식코너로 가도 되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밥맛 없는 언니들’은 박소연, 산다라박 두 사람이 ‘먹짱’으로 거듭나기 위해 유명한 먹짱들을 선생님으로 초대하여 먹방 수업을 받는 콘텐츠다.

먹짱 선생님은 소식좌들과 반대로 정말 잘 먹는 걸로 유명한 사람들이 초빙되어 온다. 게스트는 양이 적은 소식좌들을 위해 최대의 효율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조합을 알려주고 떠난다. 

먹짱과 소식좌들 사이의 절대 넘을 수 없는 식습관의 강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음식 조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이 콘텐츠가 호평을 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 바로 절대로 음식을 ‘강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좌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배가 불러도 억지로 더 먹지 않는다. 딱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다. 배가 차면 게스트인 먹짱이 마지막 한 입을 권해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식사를 끝낸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룰’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시청자들은 ‘강요하지 않음’에서 가장 긍정적인 감상을 내보였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밥 먹는 양으로도 사람들에게 평가당하며 살고 있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양이 있고, 포만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적게 먹으면 깨작댄다, 밥 맛 떨어지게 군다, 복 떨어진다라는 소리를 듣고 많이 먹으면 또 먹냐, 그러니까 살이 찌는 거다, 그만 좀 먹으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 기준’의 식사량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한 소리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너무 일상적인 ‘말 얹기’라 한 번도 저런 말들이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많이 먹는다고 핀잔을 주는 행위가 무례하단 건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반대 상황에 대해서는 소홀했단 걸 깨달았다. 

스스로가 ‘DOC와 춤을’이란 노래의 화자와 같은 입장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밥 먹을 때 한 마디씩 하는 ‘주위 사람 1’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에게 “그것만 먹어서 어떡해”라는 소리를 들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예상하건대 ‘밥맛 없는 언니들’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다. 아직까지는 소식좌와 대식좌 모두가 존중받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만족하고 있지만 곧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소식’ 유행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다이어트가 일상인 한국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건강하게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사실 박소현과 산다라박의 식습관은 건강하다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들에게 영향받을 사람들 또한 ‘하루 종일 바닐라 라테 2잔만 마시기’와 같은 편향적인 소식을 목표로 세울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기 위해 박소현, 산다라박, 코쿤, 소희 등 다양한 소식좌 연예인들의 영상들을 살펴보며 알아낸 그들의 ‘공통적인 소식법’을 여기에 적어볼까 한다. 내가 분석해본 결과 그들의 소식은 단지 적게 먹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먼저 소식좌들은 음식을 굉장히 오래 먹는다. 얼마나 오래 먹냐면 음식 한입을 넣고 최소 5분을 씹는다. 이건 모든 소식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음식을 오래 씹으면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고 음식 맛이 오래 남는다. 먹는 양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맛에 만족의 기준을 두면, 충분히 음식 맛을 느꼈을 때 충분한 만족감이 들어 더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기보다는 채소를 좋아한다. 이것 또한 소식좌들의 공통점이다. 고기와 채소가 함께 있으면 그들은 채소를 택했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가벼운 포만감을 즐겼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 먹는 건 아니다. 다만 채소를 먹는 비율이 조금 더 높을 뿐이었다.

 

이들의 식습관을 분석하며 나의 식습관도 돌아봤다. 나름대로 잘 챙겨 먹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반성할 부분이 꽤 많았다.

우리 모두 소식좌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다. 다만 식사 후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위의 부담을 느끼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이들의 식사법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