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동물의 목에 목줄을 채움과 동시에 그 목줄의 끝을 자신의 목에 매는 것과 같다. 얽매이고 휘둘리고 떨어져서 살 수 없어진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그 사무치는 상실감이 무서워 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랜선 집사가 되었다. 찾아보는 동물 유튜브 채널만 몇 개인지 모른다. 종도 다양하다. 강아지, 고양이, 다람쥐, 사막여우, 햄스터, 친칠라… 말하자면 반려하지 않는 우리 집 반려동물이다.
랜선 집사로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유튜브 피드에 동물학대에 관한 영상도 함께 뜬다. 유형도 다양하다. 동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 동물을 방임하며 키우거나, 책임지지 못할 만큼 한 번에 많은 개체 수를 키우거나, 물리적으로 학대하거나, 쉽게는 유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동물 유튜브로 돈을 벌기 위해서 동물을 학대하고, 누군가는 재미있어서 학대를 한다. 유명한 동물 유튜버가 사실은 반려동물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촬영만 하고 있었다던가, 연예인이 대중에게 노출시키며 자랑하던 동물을 방치하여 병에 걸리거나 죽게 만들었다는 내용은 너무 흔해져서 진절머리가 나는 정도가 됐다.
심지어 작년 ‘동물판 n번방’ 사건이 드러나며, 동물학대의 방법과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범죄 행위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범행은 더욱더 잔혹해진다. 이들이 이렇게 날뛸 수 있게 만들어 준 건, 이번에도 ‘법’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2010년 78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결국 2020년에만 1천 건이 넘어가며 10년 새 1000%가 넘게 늘어났다.
그러나 2019년까지 경찰에 송치된 사람은 3360명, 그중 구속까지 된 인원은 단 4명밖에 없었다. 동물학대로 실형을 산 사람은 지금껏 단 12명뿐.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0.3%에게만 내려졌다면, 이건 그 0.3%가 ‘운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나머지 99.7%는 모두 무혐의, 불기소, 벌금,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현재 반려동물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집계된다. 등록되지 않은 동물 수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을 거라고 예상된다.
이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하더라도 가슴만 끓일 뿐,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많은 중범죄자들이 사람에게 범행을 저지르기 전 동물에게 먼저 실험을 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연쇄 살인마 강호순, 유영철, 이영학도 개를 죽이며 살해 연습을 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동물학대를 2016년부터 강도, 폭행, 방화, 살인 등과 같은 반사회적 중대범죄로 분류하여 사건을 조사,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야 처벌이 강화되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최고형은커녕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재물손괴죄’와 병합되는 사건일 경우에나 볼 수 있다. 한국은 2020년 경의선 숲길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인사건’ 범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며 동물보호법 제정 29년 만에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동물판 n번방’의 범인들이 전부 벌금형을 선고받고, 사회가 미흡한 처벌에 대해 아무리 질타를 해도 법원은 콘크리트처럼 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이미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학대 범죄 관련 양형 기준’에 관한 의견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우선순위의 범죄들이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 범죄는 채택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물 n번방의 대화 내용을 보면 그들의 분노는 명확히 ‘동물’에 향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저 ‘죽일만한 것’, ‘눈에 띄는 것 중 화를 표출해 낼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그것이 동물이 됐을 뿐이다.
과연 그 대상이 언제까지 동물이 될 수 있을까?
법의 나태함에 오늘도 피해자와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