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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드라마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요즘 가장 화제인 드라마를 꼽으라면 역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일 것이다. 

국내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여 흥행한 드라마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13년 KBS에서 방영했던 <굿 닥터>다. 당시에도 ‘주인공’, 게다가 ‘의사’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는 설정으로 화제에 올랐었다. 굿 닥터는 한국에서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서도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여 방영했다. 미국의 굿닥터는 2017년 시즌 1 방영 당시 13년간 공개된 ABC 신작 드라마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작년까지 방송되어 현재 시즌 5까지 나온 상태다.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우리는 ‘우영우’라는 또 다른 서번트 증후군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다. 배우들의 다정한 연기와 매 회마다 사건이 하나씩 해결되는 속도감 있는 전개, 불편함 없는 인물 간의 관계성 등으로 우영우의 시청률은 매회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사실 ‘우영우’라는 캐릭터에게 있지 않다. 

우영우는 더 이상 대중들에게 신선한 캐릭터가 아니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에서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상태’가 등장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이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가 어떤 모습과 어떤 전환점을 만들어낼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 뻔함에서 살짝 벗어남으로써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그동안 접해왔던 작품 속에서는 장애를 가진 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힘듦’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다.

장애인이 얼마나 물리적인 힘듦을 겪는지, 그 주변 인물들은 심리적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사회는 그들에게 얼마나 냉정하고 무관심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현실’ 대신 ‘이상’을 택했다. 자폐 스펙트럼 변호인과 조화를 이루는 동료들,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적인 신선함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그렇다고 현실을 아예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차별적인 시선과 법정에서의 불평등한 대우 등을 통해 우영우가 ‘변호사’가 아니라 ‘장애인’으로만 인식되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영우의 ‘변호사적인 능력’을 증명해내는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증상’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지만, 실제로는 100만 분의 1의 확률로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건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에 등장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피고인 ‘김정훈’일 것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대화가 어려우며, 누군가가 옆에서 돌봐 주어야 하는 사람. 내가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르쳤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학생도, 함께 카페에서 일했던 직원도 모두 우영우보다는 김정훈에 가까웠다.

 

주인공이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만큼 능력이 중요한 자리도 없다. 

하지만 김밥을 반드시 한 줄로 가지런히 정리해야 한다거나, 고래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어 하는 모습만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니다. 서번트 증후군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는 사라지고 우영우의 ‘천재성’만 부각되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작품을 시청하는 우리가 조심했으면 하는 것은 동료 변호사 ‘권민우’에 대한 해석이다. 

 

“나보다 강한 사람을 왜 도와줘요.”

“우영우 변호사는 스스로 밥상 차려본 적 없나요?”

“우영우 변호사 무단결근에 대한 페널티 없나요?”

 

이런 대사들에 대해 권민우라는 캐릭터가 우영우를 ‘동등’하고 ‘평등’하게 생각하는 유일한 인물이 아니냐는 의견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권민우의 행동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편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실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며 대하는 것은 오히려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다. 

4회까지를 보면 권민우는 우영우를 ‘강한 사람’이라 표현하지만, 정작 영우의 능력에 대해 인정하거나 배우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권민우를 ‘편견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인식은 능력주의적인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한 배려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려하지 않고 똑같이 대하는 모습은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우리들의 블루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드라마들은 장애인이 ‘많이’ 등장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작품에 장애인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질적인 ‘정상적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